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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정치

트럼프식 비전통적 외교의 귀환 뉴욕 부동산 거물들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 재편

 

최근 뉴욕타임스(NYT)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과거의 관례를 완전히 깨부수는 파격적인 외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른바 '외교관 없는 외교'라 불리는 이 전략은 정통 관료 조직인 국무부나 국가안보회의(NSC)를 철저히 배제한 채 진행된다.대신 그 자리를 채운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측근이자 부동산 업계의 거물들이다.

 

제네바에서 열린 최근 회담은 이러한 트럼프식 외교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대통령의 오랜 부동산 친구인 스티브 위트코프 Steve Witkoff  와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Jared Kushner 가 전면에 나서 이란, 러시아, 우크라이나 관계자들을 잇달아 만난 것이다.

 

지난 80년간 세계의 주요 위기를 관리해 온 전문 외교 집단이 소외되고 부동산 거래 전문가들이 국제 정치를 주도하는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관료 조직이 가진 경직성보다는 자신과 호흡을 맞춘 '딜 메이커'들의 유연함과 실행력을 더 신뢰한다.

 

실제로 위트코프와 쿠슈너 듀오는 가자지구 휴전 협상과 이스라엘 인질포로 석방 문제에서 성과를 거두며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러시아, 터키, 걸프만 아랍 국가들 역시 이들의 등장을 내심 반기는 모양새다. 인권이나 민주주의 같은 복잡한 가치보다는 실리 중심의 '비즈니스적 접근'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트럼프식 비전통적 외교의 귀환 뉴욕 부동산 거물들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 재편

 

 

 

 

부동산 협상 테이블에서 옮겨온 외교의 언어

 

위트코프와 쿠슈너는 철저하게 거래(Deal)의 언어를 구사한다. 이들은 상대방에게 인권 문제나 민주적 가치를 설교하며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대신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무엇을 줄 수 있는지에 집중한다. 이는 뉴욕의 대형 부동산 개발 현장에서 갈고닦은 감각이다.

 

위트코프는 한때 뉴욕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었던 울워스 빌딩을 매입한 승부사이며, 쿠슈너 역시 가업을 이어받아 사모펀드 영역까지 확장한 실무형 인재다. 이들에게 국제 정치는 거대한 부동산 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러시아 측 관계자들은 위트코프의 열정적인 태도에 호감을 느끼면서도 때로는 그의 전문성에 의구심을 표하기도 했다. 초기에 그는 외교적 사안의 복잡한 맥락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혼자 협상에 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재러드 쿠슈너가 본격적으로 합류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쿠슈너의 조직적이고 구조적인 접근 방식이 협상에 안정감을 더해주고 있다는 평가다. 쿠슈너는 인터뷰에서 자신들의 외교 방식이 결국 '사람을 이해하는 것'에 기반한다고 밝혔다. 공식 직함이나 급여도 없이 움직이는 쿠슈너와 '특사' 타이틀을 단 위트코프의 조합은 트럼프 행정부만의 독특한 자산이다.

 

이란과 우크라이나를 향한 채찍과 당근의 변주

 

트럼프 행정부는 지역에 따라 극명하게 다른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이란에 대해서는 군사적 위협을 병행하는 강경책을 쓴다. 협상의 진전이 없을 경우 수일 내 혹은 수주 내에 군사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암시를 준다.

 

현재 홍해에 집결 중인 미 해군의 거대한 함대는 단순한 무력 시위를 넘어선 실질적인 압박 카드로 활용된다. 이에 맞서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임시 폐쇄하며 에너지 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있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부동산 거물들이 어떤 타협점을 찾아낼지가 관건이다.

 

반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는 다소 다른 접근법을 취한다. 바이든 정부 시절 강력하게 추진되었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적인 무기 공급을 일시 중단하며 군사적 압박의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푸틴의 경제적 급소인 '그림자 함대(석유 판매용)'에 대한 단속은 강화하여 러시아의 돈줄을 죈다.

 

흥미로운 점은 협상 테이블 위에 '미국 자본의 러시아 투자'라는 거대한 당근을 올려두었다는 사실이다. 일단 어떤 형태든 합의가 이루어지기만 하면 러시아 경제 재건에 미국이 참여할 수 있다는 솔깃한 제안을 던지는 것이다.

 

 

 

 

President Trump’s most trusted envoys, Steve Witkoff and Jared Kushner (left). Photo: AP

 

 

외교의 사유화인가 실용적 돌파구인가

 

이러한 행보를 두고 미국 내외에서는 우려 섞인 시선이 적지 않다. 특히 위트코프나 트럼프 가문이 진행 중인 비즈니스 프로젝트와 외교적 이슈가 얽혀 있다는 점이 비판의 핵심이다. 사적인 이익과 국가 안보의 경계가 모호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수십 년간 쌓아온 외교적 전문성을 무시한 채 직관과 친분에 의존하는 방식이 장기적으로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될지도 미지수다. 시스템에 의한 외교가 아닌 개인의 역량과 친분에 의존하는 구조는 그 개인이 사라졌을 때 급격한 붕괴를 초래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 방식이 교착 상태에 빠진 국제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해법이라 믿는다. 기존 외교관들이 형식적인 절차와 명분에 얽매여 시간을 보낼 때, 비즈니스맨들은 실질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논리다.

 

5년째로 접어드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수십 년간 지속된 이란 핵 위기를 끝내기 위해서는 기존의 틀을 깨는 파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결국 트럼프의 '외교관 없는 외교'가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조만간 도출될 협상의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전략적 자율성과 불확실성의 공존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전략은 예측 불가능성을 극대화하여 상대방의 양보를 끌어내는 데 특화되어 있다. 부동산 협상에서 흔히 쓰이는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나가는 척하기'나 '최후통첩' 기법이 국가 간 조약 체결 과정에서도 빈번하게 등장한다.

 

이는 전통적인 동맹국들에게는 당혹감을 주지만, 적대국들에게는 실질적인 공포와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 이제 세계 각국은 세련된 외교 수사보다는 투박하지만 명확한 이익 계산기를 두드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결론적으로 트럼프의 새로운 외교 실험은 국제 정치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전문 외교관들의 시대가 가고 '딜 메이커'들의 시대가 도래한 것인지, 아니면 일시적인 일탈에 그칠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뉴욕의 부동산 거물들이 그리는 새로운 세계 지도가 이미 펼쳐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 거대한 도박이 평화를 가져올지, 아니면 더 큰 혼돈을 불러올지 전 세계가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다.

 

우리 역시 이러한 변화무쌍한 외교 환경 속에서 한국의 국익을 지키기 위한 정교한 전략을 다시 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