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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경제

무력한 유럽의 위험한 부정: 트럼프의 공세와 벼랑 끝에 선 독일 경제

 

유럽인들은 지금 매우 위험한 부정 속에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무력함을 인정하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럽은 세계 정치의 중심이자 민주주의와 서구 문화의 요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유럽연합(EU)은 서구 동맹의 골칫덩이 삼촌 같은 존재로 전락했습니다. 항상 자리에 끼어 술은 많이 마시고 말은 끊임없이 내뱉으며 모두에게 이래라저래라 훈수를 두지만, 정작 자신의 지갑을 열어 술값을 내는 법은 절대 없는 그런 존재 말입니다. 영국의 매체 언허드(UnHerd)는 이 비참한 현실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1. 메르츠 총리의 오판과 트럼프의 즉각적인 반격

 

지난 일 년 동안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달래는 역할을 자처해 왔습니다. 하지만 지난주 그는 갑작스럽게 태도를 바꾸어 트럼프를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이란이 미국에 굴욕을 안겨주었으며, 미국이 전략도 없이 전쟁에 뛰어들었다고 비판했습니다. 내용 면에서 메르츠의 지적은 분명히 옳았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메르츠가 서유럽에서 가장 큰 국가의 수장이며, EU와 나토(NATO)의 상당 부분을 대변하는 위치에 있다는 점입니다.

 

불행하게도 트럼프는 이 발언을 놓치지 않았고 즉시 반격에 나섰습니다. 제가 걱정하는 것은 트럼프의 트위터가 아닙니다. 제가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트럼프의 행동입니다. 이제 전쟁부(Department of War)로 개칭된 미국 국방부는 독일 주둔 미군 5,000명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트럼프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더 많은 감축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유럽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그의 위협입니다. 올해 초 미국 연방 대법원이 트럼프의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에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결하자 EU는 이를 멍청하게 오해했습니다. 이 판결은 그가 관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단지 다른 법적 근거를 찾아야 한다는 의미일 뿐입니다. 자동차의 경우 그는 이미 완벽한 카드를 쥐고 있습니다. 1962년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 안보를 근거로 자동차와 철강, 알루미늄에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허용합니다. 미국과 EU 사이의 무역 협상이 결렬되면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는 자동으로 발효됩니다. 사실 기존의 합법적인 관세까지 합치면 실제 관세율은 27.5%에 달하게 됩니다. 현재 독일 자동차 산업의 처참한 상황을 고려할 때 이는 재앙이나 다름없습니다. 포르쉐의 이익이 이미 98%나 폭락한 상황에서 27.5%의 관세는 독일 경제에 치명타가 될 것입니다.


2. 무너진 거래와 유럽 외교의 부조리

메르츠 총리는 지난해 8월 턴베리(Turnberry) 무역 거래를 밀어붙인 정치적 원동력이었습니다. 당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EU가 미국에 대한 모든 관세를 철폐하는 대신, 미국은 자동차를 포함한 모든 유럽산 제품에 15%의 관세만 부과하기로 합의했습니다. EU 전체로 보면 끔찍한 거래였지만, 독일 자동차 산업이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였습니다.

 

유럽 지도자들이 이란 문제는 우리의 전쟁이 아니라고 선언했을 때, 트럼프는 나토가 우리 곁에 없었다고 주장할 명분을 얻었습니다. 메르츠의 굴욕 발언은 그래서 더욱 어리석었습니다. 트럼프는 메르츠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며, 자신의 부서진 나라에나 신경 써야 한다고 맞받아쳤습니다. 객관적으로 트럼프의 말은 구구절절 맞습니다. 독일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 정착 노력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으며, 대부분의 독일인 역시 자국이 망가졌다는 사실에 동의합니다. 나토가 트럼프의 요청에 응하지 않은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결국 유럽은 우리 전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이른바 유럽 외교라고 불리는 것의 모든 불합리함과 어리석음이 있습니다. 유럽은 미국 대통령을 계속 자극하면서도 여전히 그의 나라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유럽인들은 전략적 자율성이라는 헛소리를 늘어놓으면서도, 미국의 도움 없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계속해서 외면해 왔습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유럽 국방의 미래에 대해 프랑스와 독일이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프랑스는 자신을 상급 파트너로 여기지만 독일은 이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이탈리아, 스페인, 폴란드 역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오직 국내 정치에만 매몰되어 있습니다. 준비 부족과 취약성이 드러날 때마다 그들은 남 탓만 합니다. 블라디미르 푸틴을 비난하고, 빅토르 오르반을 비난하며, 이제는 트럼프를 비난하고 있습니다.


3. 구조적 개혁의 부재와 험난한 개혁의 길

유럽이 진정으로 미국으로부터 독립하고자 한다면 오르반 같은 회의론자들을 소외시키고, 의지 있는 국가들의 연합을 구성해 90년대 유로화 도입 당시처럼 다년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0단계에서 로드맵을 그리고, 1단계에서 군수 조달을 통합하며, 2단계에서 외교 위원회 다수결제를 채택하고, 마지막 3단계에서 군대를 통합하여 유럽 총사령관을 선출하는 식입니다. 하지만 현재 유럽은 0단계조차 제대로 밟지 못하고 비틀거리고 있습니다. 이 무능한 동맹과 미국의 상황은 대조적입니다. 트럼프는 비록 전략 없이 이란에 진입했을지언정 집단행동의 문제로 고통받지는 않습니다. 그는 강력한 군사 장치를 즉각 동원할 수 있습니다. 반면 유럽은 공동 전략도, 능력도 없습니다.

 

트럼프가 유럽의 경제적 이익을 신경 써야 할 이유도 전혀 없습니다. 경제적으로 유럽은 스스로를 돌볼 능력이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기로 선택했을 뿐입니다. 이제 전쟁의 파고는 유럽을 강타할 것입니다. 영국과 독일은 경제 성장률이 몇 퍼센트 포인트나 깎이는 최악의 타격을 입을 것입니다. 자동차 관세는 독일 경제 성장을 0.3포인트 더 갉아먹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영국과 독일 그 어느 쪽도 이 재앙적인 상황을 완화하기 위한 구조적 개혁을 단행할 의지가 없어 보입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은 EU를 보다 유능하게 만들기 위한 6개항 개혁안을 발표했습니다. 그는 27개 회원국 전체의 합의가 불가능한 분야에서는 소수의 국가가 먼저 앞서 나가는 강화된 협력 메커니즘을 더 자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외무 관련 이슈에서 만장일치 원칙을 다수결제로 대체하여 개별 국가에 의한 장기적인 발목 잡기를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메르츠 총리 역시 새로운 회원국들의 단계적 가입을 통한 EU 확대 가속화 방안에 지지를 표명했습니다. 바데풀 장관은 유럽연합이 스스로 능력을 입증하지 못하면 다른 동맹이 형성될 것이며, 결국 유럽은 주도권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유럽은 과연 이 위험한 부정에서 깨어나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을까요? 트럼프는 이미 유럽의 허세를 간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