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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정치

‘각성문화’와 남성의 불안이 국가전략이 될 때: 피터슨·갤러웨이·트럼프 NSS가 같은 전장에 서는 이유

 

 

요즘 ‘각성문화’(워크) 논쟁을 단순한 진보·보수 말싸움으로만 보면 핵심을 놓친다. 각성문화는 언어 규범, 직장 규율, 교육제도, 데이팅 시장, 미디어 알고리즘을 한꺼번에 건드리며, 결과적으로 많은 남성이 “내가 무엇을 말할 수 있고, 무엇을 하면 사회적으로 처벌받는가”를 일상에서 계산하게 됐다. 남성의 삶은 점점 ‘정치적’이 된다. 짧게 말하면, 남성은 피로해진다.

 

이 피로가 어디로 흐르는가. 조던 피터슨 Jordan Peterson 의 급부상, ‘남성 공간(manoshpere)’의 확장, 스콧 갤러웨이 Scott Galloway 같은 중도 성향 인플루언서의 남성 조언서 유행,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 국가안보전략(NSS)이 ‘문명’과 ‘이민’을 국가안보의 최상단에 올려놓는 흐름으로 이어진다. 서로 다른 장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같은 사회적 감각을 공유한다. 남성, 문명, 남성. 이 세 단어가 같은 지도 위에 놓인다.

 

피터슨의 등장: “정치적 올바름” 비판이 왜 남성에게 통화(通貨)가 됐나

 

피터슨이 폭발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계기 중 하나는 2016년 캐나다의 법안(Bill C-16) 논쟁이었다. 피터슨은 이를 ‘강제 발화(compelled speech)’의 문제로 제기했고, 대중의 강한 지지와 강한 반발을 동시에 끌어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논쟁이 법기술적 의미를 넘어 “말 한마디가 커리어를 날릴 수 있다”는 감각을 대규모로 확산시켰다는 사실이다. 

 

이 지점에서 남성은 ‘정치적 올바름’ 비판을 하나의 자기방어 언어로 소비하기 시작하는데,  남성의 불만이 모두 정당하다는 뜻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다. 불만이 사실과 감정, 경험과 통계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면서도, “내가 억울하다”는 서사를 쉽게 완성시키는 통로가 된다. 그래서 피터슨은 ‘첫 번째’ 상징이 된다. 남성은 피터슨을 통해 스스로를 설명한다. 남성, 남성, 남성.

 

남성의 ‘혼란’은 실제다: 2024 선거 데이터가 보여준 경향

 

남성의 혼란이 과장만은 아니라는 점은 선거 데이터에서도 일부 확인된다. AP VoteCast는 2024년 선거에서 트럼프가 ‘남성 중심’ 채널(남성 청취자 비중이 큰 팟캐스트 등)을 적극 공략했고, 30세 미만 남성에서 트럼프 지지가 과반이었다는 취지의 결과를 정리했다.

 

여기서 결론을 급히 내리면 위험하다. “남성은 우경화됐다” 같은 단정은 너무 빠지만, 분명한 사실은 남성 표심이 ‘정체성 정치’의 한복판으로 들어왔고, 남성이 느끼는 사회적 규범 변화(각성문화 포함)가 정치 동원의 연료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남성 문제가 ‘정치적 변수’가 아니라 ‘정치적 인프라’가 되어가고 있다는 점, 즉 남성은 더 이상 주변 이슈가 아니다.

 

 

 

 

 

갤러웨이의 『Notes on Being a Man』: ‘알파 남성’이 아니라 ‘생존 남성’의 교본

 

이런 맥락에서 스콧 갤러웨이의 『Notes on Being a Man』은 흥미로운 위치에 서늗데, 이 책은 2025년 11월 출간으로 정리되어 있으며(출판사/ISBN 정보 포함), ‘남성성’ 담론의 한가운데로 들어온다.

 

갤러웨이는 전통적 ‘남성 공간’의 강경 우파 톤과 거리를 둔 편이지만, 남성 문제를 “그냥 적응해라”로 뭉개지 않고. 오히려 실패·불안·결핍을 출발점으로 삼아 “어떻게 남성으로 살아남을 것인가”를 말하려 하는대, 여기서 남성은 승리자가 아니라 생존자다. 이 변화가 핵심이며, 남성 담론이 ‘지배’가 아니라 ‘존속’으로 이동한다.

 

갤러웨이가 운영하는 ‘The Prof G Pod’는 비즈니스·정치·삶 조언을 결합한 포맷으로, “경제/커리어 조언 + 인생 상담”이 남성 불안을 흡수하는 구조다.

 

즉, 피터슨이 분노의 언어를 제공했다면, 갤러웨이는 불안을 관리하는 언어를 제공한다. 둘 다 남성 시장을 읽고, 둘 다 각성문화 이후의 남성 정서를 전제로 하며, 남성은 분노와 불안 사이에서 유통된다.

 

트럼프 NSS의 ‘문명’ 프레임: 남성의 불안을 외교·안보로 수출하는 방식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데, 트럼프 행정부의 NSS는 ‘문명’과 ‘정체성’의 언어를 국가안보의 중심으로 끌어올린다. NSS는 “대규모 이민의 시대는 끝났다(The Era of Mass Migration Is Over)”라고 못 박고, 국경 통제를 “국가안보의 1차 요소”로 규정하며 “통제되지 않은 이민으로부터의 침입(invasion)”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한다. 

 

더 날카로운 부분은 유럽 파트로, NSS는 유럽이 “문명적 소거(civilizational erasure)”의 위험에 직면했다고 주장하면서, EU의 초국가 기구, 이민정책, 표현의 자유 논쟁 등을 한데 묶어 ‘유럽의 정체성 상실’ 서사로 정리한다.

 

그리고 결정적인 문장이 나오는데, 미국의 유럽 정책 우선순위로 “유럽의 현재 궤적에 대한 저항을 배양(cultivating resistance to Europe’s current trajectory)”하는 것을 적는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동맹을 ‘안보협력’이 아니라 ‘내정 교정’의 대상으로 바라본다는 뜻으로, 문화전쟁이 국경을 넘어간다. 남성 불안이 ‘문명 수호’의 명분으로 국가전략에 편입되고,  남성, 문명, 남성. 이제 개인 심리의 언어가 국제정치의 문장이 된다.

 

 

1964년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난 갤러웨이는 여러 성공적인 마케팅 전략 회사를 운영했으며, 현재는 'Prof G Pod'라는 인기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지/Prof G Media)

 

 

전문가 관점의 비판: ‘남성 문제’의 해결과 ‘문명 프레임’은 다른 이야기다

 

여기서 전문가로서의 핵심 비판은 단순하다. 남성 문제는 현실이나 NSS식 문명 프레임은 남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첫째, 문명 프레임은 정책을 ‘타협 불가능’하게 만든다. 경제·노동·교육·가족정책은 조정과 실험이 가능하지만, 문명·정체성·침입 같은 단어가 붙는 순간 상대는 협상 파트너가 아니라 적이 된다. 그 결과 남성의 삶을 개선할 실무정책(교육·훈련·주거·정신건강·노동시장 적응)은 뒤로 밀린다.

 

둘째, 문명 프레임은 ‘원인’을 외부로 투사하기 쉽다. 남성의 곤란은 기술 변화, 노동시장 양극화, 온라인 소셜 구조, 데이팅 앱 시장집중 같은 요인이 크게 작동하는데, 문명 프레임은 이 복잡한 구조를 ‘이민’과 ‘문화전쟁’으로 단순화한다. 단순화는 동원에는 유리하지만 해결에는 불리하다.

 

셋째, 유럽 내정에 대한 “저항 배양”은 동맹 비용을 폭발시킨다. 실제로 영국 정치권에서는 트럼프 NSS의 수사가 ‘외국의 정치 개입’ 문제로까지 논의되는 흐름이 나타나 동맹이 불신으로 흔들리면, 남성의 불안을 잠재울 경제 안정도 흔들린다. 결국 남성에게 돌아오는 것은 더 큰 불확실성이다.

 

넷째, 피터슨·갤러웨이 류의 ‘남성 조언 산업’은 시장을 읽지만, 국가가 그 언어를 가져다 쓰는 순간 부작용이 커진다. 개인은 책을 덮으면 끝이지만, 국가는 문서에 적으면 제도가 되는데,  NSS는 제도고, 제도가 ‘문명’의 언어로 움직이면 되돌리기 어렵다.

 

결론: 남성의 불안을 ‘정치적 연료’로만 쓰는 순간, 남성은 더 불안해진다

 

각성문화 논쟁은 남성의 일상 감각을 바꿔 피터슨은 분노를 언어로 만들었고, 갤러웨이는 불안을 조언 시장으로 흡수했다. 그리고 트럼프 NSS는 그 감각을 국가안보의 문장으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남성 문제를 해결하려면, 문명 프레임이 아니라 실무 프레임이 필요하다. 노동시장 진입의 실패 비용을 줄이고, 교육 경쟁의 ‘조기 낙오’를 완화하고, 정신건강과 사회적 관계망 붕괴를 다루는 정책이 필요하다. 남성에게 필요한 것은 ‘문명 전쟁’이 아니라 ‘삶의 리스크 관리’다. 남성, 남성, 남성. 이 단어가 다시 ‘정치’가 아니라 ‘생활’로 돌아와야 한다.

 

참고 자료

 

- 백악관(White House) 2025 National Security Strategy(PDF): “The Era of Mass Migration Is Over”, “civilizational erasure”, “cultivating resistance …” 

- Financial Times(FT): 트럼프 NSS의 ‘문명적 안보’ 전환을 다룬 칼럼

- AP VoteCast(Associated Press): 2024년 성별·연령 투표 경향 요약(젊은 남성의 이동 포함) 

- 캐나다 Bill C-16 논쟁의 법적 쟁점 검토(University of Toronto Law Journal)

- Scott Galloway, 『Notes on Being a Man』 출판 정보(출판사/ISBN)

- Prof G Pod 공식 소개(애플 팟캐스트/공식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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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스토리) 트럼프 2기 미국 안보전략(NSS) 분석: https://record2142.tistory.com/741 :

- (티스토리) 영국 쇠퇴·국가정체성 논쟁(‘서구 문명’ 담론 맥락): https://record2142.tistory.com/740 

- (티스토리) 유럽의 위상·서구 문명 서사 비판적 점검: https://record2142.tistory.com/6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