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주 테헤란에서 벌어진 시위는 익숙한 장면으로 시작했지만, 국가의 대응 방식은 낯설 만큼 달라 보였다. 이란 인터내셔널(Iran International) 보도에 따르면, 당국은 과거처럼 즉각적인 전면 봉쇄와 정보 차단으로 밀어붙이지 않았다. 이란 언론은 소요를 일정 부분 보도했고, 정부는 비교적 화해적인 톤을 취했으며, 인터넷 접속도 대체로 원활하게 유지됐다고 한다.
이 변화는 우연이 아니라 신호다. 이란의 시위가 바뀐 것이 아니라, 이란 정권이 시위를 다루는 방식에서 “비용 계산”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시위의 직접 도화선은 환율 폭등과 물가 급등이었다. 하지만 곧바로 체제 자체를 겨냥한 구호로 넘어갔다. 즉, 환율이 불씨였고, 불만의 대상은 체제였다. 이 구도에서 정권이 선택한 전략은 “강경 진압” 하나가 아니라 “정치적 긴장 관리 + 기술적 해법 제시”의 혼합이었다.
이 글은 세 가지 질문에 답한다. 첫째, 이란은 왜 이번에는 인터넷을 끊지 않았나. 둘째, “시위할 권리”라는 발언이 왜 이례적인가. 셋째, 환율 개혁(특히 다중 환율 정리)이 왜 다시 전면에 나왔나. 결론은 단순하지만 무겁다. 이란의 시위는 경제에서 시작해 정치로 가고, 정부의 해법은 다시 경제로 돌아오려 한다. 그 엇갈림이 이번 국면의 핵심이다.
이번 이란 시위의 성격: 환율에서 시작해 체제로 번졌다
이란의 시위는 늘 “경제냐 정치냐”의 선택지로 정리되곤 한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둘이 분리되지 않는다. 환율이 오르면 물가가 오르고, 물가가 오르면 삶이 무너진다. 삶이 무너지면 정권의 정당성은 흔들린다. 그래서 이란에서 환율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체제 신뢰의 지표가 된다.
최근 이란 리알은 달러 대비 사상 최저 수준으로 약세를 보였고, 이 흐름이 시위를 촉발했다. 로이터는 이란 중앙은행 총재의 사임 소식과 함께, 리알 가치 급락과 물가 불안이 시위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금융시장과 거리의 감정은 연결돼 있다. 환율 급등은 “내일을 계획할 수 없는 삶”을 뜻한다. 임대료, 약값, 식료품, 고용 안정성 모두가 환율에 종속된다. 이란에서 환율은 곧 불안정이다. 환율은 정치다.
이번에도 그 공식이 반복됐다. 다만 정권은 과거처럼 “외부의 적” 프레임 하나로 밀어붙이기보다, 경제적 불만을 일부 인정하는 방향으로 톤을 조정했다. 이 지점이 핵심이다.

인터넷을 끊지 않은 이유: 통제의 방식이 바뀌었다
2019년과 2022년의 이란 시위에서 정권은 빠르게 인터넷을 차단했다. 외부로부터의 주목을 끊고, 내부 보도를 마비시키고, 시위 확산의 속도를 늦추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면 차단이 나타나지 않았다(보도 기준).
왜 그랬을까. 이유는 도덕이 아니라 효율이다. 인터넷 차단은 단기적으로는 시위 확산을 늦출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 비용이 너무 크다. 결제, 물류, 소상공인의 거래, 수입업자의 송금, 환전 시장의 신뢰까지 동시에 망가진다. 즉, 인터넷을 끊는 순간 환율이 더 흔들릴 수 있다. 환율이 더 흔들리면 시위는 더 커질 수 있다. 이란 정부가 이번에 인터넷을 끊지 않은 것은 “자유”가 아니라 “환율 방어”의 성격이 짙다.
또 하나의 이유는 미디어 지형이다. 국영 방송만으로 여론을 통제하던 시대가 끝났기 때문이다. 해외 페르시아어 매체와 소셜미디어가 이미 주요 정보 채널이 됐다. 국영 방송이 지나치게 선동적으로 몰아붙이면, 오히려 시위대의 분노를 자극하고 시청자를 더 잃을 수 있다. 그래서 국영 방송은 강경파 논조를 일부 인용하되 자체 논평은 절제하는 형태로 움직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권이 선택한 것은 “끊기”가 아니라 “약한 연결”이다. 어느 정도 흐르게 두되, 프레임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시위할 권리” 발언의 파괴력: 법 조항이 아니라 정치 신호다
이번 국면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국영 방송 진행자들이 “시위대는 물가 상승에 항의할 권리가 있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반복했다는 점이다(보도 기준).
더 결정적인 것은 대통령 마수드 페제시키안의 발언이다. 그는 “헌법에 따라 시위대는 거리로 나서기 위해 허가가 필요하지 않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12월 31일 기자회견에서 정부 대변인 파테메 모하지라니가 시위권을 인정하며 대통령이 시민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형식적으로는 “원래도 법은 그랬다”일 수 있다. 하지만 이란에서 중요한 것은 법 문장이 아니라, 누가 그것을 공개적으로 말하느냐다. 고위 권력이 “시위할 권리”를 말하는 순간, 정권은 시위를 전면 ‘안보 위협’으로만 규정하기 어렵게 된다. 이는 경찰과 사법, 관료조직 전체에 내려가는 신호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이 발언은 인권 선언이 아니라 위기관리 수단이다. “진압”만으로는 해법이 없다는 인정이다. 그리고 동시에 “우리는 듣고 있다”는 메시지로 시간을 버는 장치다.

정부가 들고 나온 ‘기술적 처방’: 다중 환율 해체와 보조금 재설계
정권은 시위의 정치화를 막기 위해, 대응의 초점을 경제로 돌리려 했다. 가장 대표적인 카드가 환율 개혁이다.
이란은 오랜 기간 다중 환율 체제를 운영해 왔다. 필수품 수입을 명분으로 특정 품목에 우대 환율을 적용하고, 그 차액을 사실상 보조금처럼 활용하는 구조다. 하지만 공식 환율과 시장 환율의 격차가 커질수록, 차익거래와 부패, 그리고 “특권층의 배분” 의혹이 커진다. 환율 제도가 부패의 플랫폼이 되는 순간, 환율은 경제정책이 아니라 정치 스캔들이 된다.
이런 맥락에서 페제시키안은 ‘28,500 토만’ 우대 환율(보조금 환율)을 더 이상 쓰지 않겠다고 말하며, “그 환율을 받은 사람은 결국 자기들만 챙겼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그는 “보조금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최종 소비자에게 직접 지급하겠다”는 프레임을 제시했다. 즉, 환율로 주던 보조금을 현금성 지원으로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동시에 중앙은행 수장 교체도 진행됐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물가 상승과 시위 확산 속에서 압돌나세르 헤마티가 중앙은행 총재로 임명됐고, 다중 환율이 부패를 낳는다고 지적하며 정리 의지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여기서 키워드는 다시 환율이다. 환율을 잡지 못하면 물가를 못 잡는다. 물가를 못 잡으면 시위를 못 잡는다. 이란 정부가 환율 개혁을 전면에 올린 것은 정교한 경제정책이라기보다, 시위 국면을 관리하기 위한 ‘정치경제적 응급처치’다.
그런데 왜 ‘경제 처방’이 정치 위기를 덮지 못하나
문제는 시위가 이미 환율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환율과 물가가 원인이었지만, 구호는 체제를 겨냥한다. 즉, 정부가 환율을 고쳐도 신뢰가 회복되지 않으면 분노는 남는다.
또 하나의 리스크는 개혁 자체의 고통이다. 우대 환율 폐지와 보조금 재설계는 단기적으로 가격 왜곡을 줄일 수 있지만, 동시에 “가격 현실화”를 동반한다. 시장 환율로 수입이 정산되면 일부 품목의 가격이 튄다. 소비자에게 직접 지급이 계획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환율 개혁은 즉시 역풍을 맞는다. 환율 개혁은 성공하면 ‘정상화’지만 실패하면 ‘폭등’이다.
따라서 이란의 환율 개혁은 경제학 교과서의 문제라기보다 행정 집행 능력의 문제다. 배분의 투명성, 지급의 속도, 부패 차단의 실효성이 동시에 필요하다. 하나라도 삐끗하면 시위는 더 커질 수 있다.
정리: 이란 시위의 본질은 ‘환율’이 아니라 ‘예측 가능성’이다
이번 이란 국면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게 된다. “달러에 대한 저항은 불안정에 대한 저항이며, 계획할 수 없는 삶에 대한 저항”이라는 표현이 정확히 핵심을 찌른다(인용 보도 기준). 환율이 흔들리면, 삶의 계산서가 무너진다. 그래서 이란에서 환율은 단순한 경제지표가 아니다. 환율은 예측 가능성이다. 환율은 국가의 신뢰다.
정권이 인터넷을 끊지 않았다는 사실, 국영 방송이 “시위할 권리”를 말하기 시작했다는 사실, 대통령이 우대 환율을 공개적으로 부패의 원인으로 지목했다는 사실은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정권은 지금 “강경 진압의 비용”이 “부분적 인정의 비용”보다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결론은 열려 있다. 환율 개혁이 성공하더라도 정치적 불만은 남을 수 있다. 반대로 환율 개혁이 실패하면, 경제적 분노가 다시 폭발할 수 있다. 이란의 시위는 끝난 것이 아니라 형태를 바꾸는 중이다. 이란의 환율은 숫자가 아니라 사회의 체온계다. 이란의 다음 국면은 환율이 아니라 신뢰가 결정한다.
참고 자료(요청 URL 포함, 주제 연계 콘텐츠 URL 추가)
- Iran International: Tehran adjusts its public tone as protests return
https://www.iranintl.com/en/202601014346 ایران اینترنشنال | Iran International - Iran International: Iran president says government will stop subsidized dollar…(28,500 토만 우대 환율)
https://www.iranintl.com/en/202601016383 ایران اینترنشنال | Iran International - Financial Times: Iran replaces central bank governor in effort to contain cost-of-living protests
https://www.ft.com/content/406c8beb-170d-4db0-8b3c-e368249b0c2f Financial Times - Reuters: Iran’s central bank chief resigns…(리알 급락·시위)
https://www.reuters.com/world/middle-east/irans-central-bank-chief-resigns-pending-presidents-approval-state-media-says-2025-12-29/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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