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법원이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해 즉각적인 판단을 내리지 않기로 하면서, 글로벌 무역 질서와 금융시장은 다시 한 번 ‘불확실성의 시간’으로 들어갔다.
관세의 합법성 여부라는 법률 문제를 넘어, 이번 사안은 미국 행정부가 의회를 우회해 경제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묻는 사건이다. 동시에, 판결 결과와 무관하게 관세를 유지하려는 트럼프 정부의 전략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국면이기도 하다.

대법원은 왜 판단을 미뤘나
현지시간 1월 9일, 미국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정부 관세 사건에 대해 이날 결정을 내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음 공식 개정 일정은 1월 14일이다. 이 기간 동안 이미 심리한 사건들의 판결이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이지만, 어떤 사안이 포함될지는 사전에 밝히지 않는다.
이미 2025년 11월 구두변론 과정에서 다수의 대법관들은 트럼프 정부가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의회의 승인 없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했다. 법률적 쟁점은 단순하다. 국가안보나 긴급상황을 이유로 한 대통령의 권한이 ‘관세’라는 조세 성격의 정책까지 포괄할 수 있느냐는 문제다.
법조계에서는 이 사건이 가속 심리 대상이 된 만큼, 2026년 1~2월 중 결론이 나올 가능성을 높게 본다. 베이징 광원(广问) 로펌의 관젠 변호사는 “트럼프 정부가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공개적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IEEPA가 무너지면 생기는 현실적 비용
만약 대법원이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을 위법하다고 판단할 경우, 문제는 단순히 ‘관세를 철회하라’는 선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미 징수된 관세를 환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추산되는 환급 규모는 최소 1,335억 달러에서 최대 1,500억 달러 수준이다. 여기에 이자까지 포함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때문에 트럼프 정부는 판결 결과를 ‘미국 재정에 대한 타격’으로 규정하며 여론전을 강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는 대법원의 불리한 판결이 “미국에 끔찍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재무장관 베선트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하세트 역시, 패소하더라도 “다른 선택지가 있다”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다.
이 발언들의 공통점은 하나다. 관세는 멈추지 않는다는 메시지다.
트럼프 정부의 ‘법률 도구상자’
IEEPA가 막히더라도 트럼프 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은 여럿 존재한다. 미 무역법 체계에는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아 ‘먼지가 쌓인’ 조항들이 여전히 살아 있다.
첫째는 1962년 《무역확장법》 제232조다. 이른바 ‘232 조사’로, 국가안보를 이유로 특정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이미 자동차, 철강, 알루미늄, 구리, 목재 등에 적용된 전례가 있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둘째는 1974년 《미국 무역법》 제301조다.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응하는 수단이지만, 조사와 절차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최소 1년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에 단기 대체 수단으로는 부적합하다는 평가가 많다. 다만 브라질 등 일부 국가에 대해서는 이미 조사 착수가 이뤄졌다.
셋째가 핵심이다. 1974년 《미국 무역법》 제122조다. 이 조항은 최대 150일 동안, 최대 15%의 관세를 대통령이 비교적 신속하게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업계에서는 “당장 쓸 수 있는 카드”로 본다. 대통령 행정명령만으로 몇 달간 관세를 유지하며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는 1930년 《관세법》 제338조다. 차별적 무역 관행을 이유로 최대 50%의 고율 관세를 즉각 부과할 수 있는 조항이다. 최근 수십 년간 거의 사용되지 않았지만, 법적으로는 여전히 유효하다. 올해 초 백악관 내부에서 이 조항이 실제로 검토됐다는 점은 상징적이다.
패소해도 관세는 계속된다
미국에서 무역을 담당해 온 한 베테랑 업계 관계자의 말은 이 사안을 가장 단순하게 요약한다.
“지면 환급은 해야 한다. 하지만 관세는 다른 이름으로 다시 나온다.”
이 발언은 트럼프 정부의 전략을 정확히 짚는다. 이번 소송은 특정 법률 조항의 위헌·위법 여부를 다투는 것이지, 관세 정책 자체를 부정하는 재판은 아니다. 따라서 IEEPA가 막히면, 232조나 122조로 옮겨가면 된다. 절차는 번거로워지지만, 정책 방향은 유지된다.
결국 이번 대법원 판결의 의미는 ‘관세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빠르고, 얼마나 강하게, 어떤 명분으로 하느냐에 있다.
글로벌 시장이 느끼는 진짜 리스크
시장 입장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결과보다 과정이다.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관세의 법적 근거는 불안정한 상태로 남아 있고, 판결 이후에도 새로운 관세가 다른 법 조항을 통해 재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즉,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다.
이런 구조는 기업 투자와 글로벌 교역에 직접적인 부담이 된다. 관세율보다 더 무서운 것은 “다음 분기에 무엇이 바뀔지 모른다”는 상황이다. 미국 대법원의 결정이 미뤄진 지금, 글로벌 경제는 또 한 번 정치·법률 리스크를 가격에 반영하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번 사건은 단지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을 둘러싼 법정 다툼이 아니다. 대통령 권한, 의회 역할, 그리고 무역정책의 예측 가능성이라는 세 가지 축이 동시에 시험대에 오른 사건이다. 그래서 시장은 판결문 한 줄보다, 백악관의 다음 행보를 더 주의 깊게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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