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초 미국 거시경제는 겉보기와 달리 매우 불안정한 균형 위에 놓여 있다. 표면적으로는 성장률이 유지되고 있고, 금융시장은 아직 붕괴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
그러나 정책의 바닥에서는 두 개의 치명적인 불확실성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 하나는 미국 대통령의 관세 권한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 통화정책의 정점에 해당하는 연준 의장 교체 문제다.
이 두 사안은 성격이 다르지만, 시장에는 동일한 방식으로 작용한다. 예측 가능성을 무너뜨린다. 그리고 그 비용은 달러와 미국 자산 전반에 누적되고 있다.

관세 권한 판결 공백, 가장 비싼 ‘침묵’
2025년 11월, 미국 연방대법원은 미국 대통령이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지에 대해 첫 구두변론을 진행했다. 이는 단순한 무역 분쟁이 아니라, 행정부 권한의 범위를 가르는 헌법적 사안이다.
그러나 2026년 1월 현재까지도 판결은 나오지 않았다. 대법원은 장기 휴정기에 들어갔고, 이로 인해 관세 사안은 최소 수 주간 ‘공백 상태’에 놓이게 됐다. 문제는 이 공백이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미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해당 관세는 매달 미국 수입업체에 160억 달러 이상의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 만약 판결이 행정부에 불리하게 나온다면, 이미 거둬들인 관세를 환급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이미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에 1500건이 넘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하지만 시장이 더 우려하는 것은 ‘취소’보다 ‘대체’다. 다수의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대법원이 IEEPA 적용을 부정하더라도, 행정부가 즉각 다른 법적 수단을 동원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대표적인 예가 1974년 제정된 미국 무역법 122조다. 이 조항은 무역 불균형을 이유로 최대 15%의 관세를 150일간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즉, 판결이 어떻게 나오든 관세 정책 자체는 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 구조가 문제다. 정책은 유지되지만, 법적 근거는 계속 흔들린다. 이는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상태다.
달러에 불리한 관세의 구조
관세는 단순히 물가 문제만이 아니다. 자본 흐름과 직결된다. 미국이 수입을 억제하려면, 그만큼 해외 자본이 미국 자산으로 유입되어야 균형이 맞는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미국 자산으로의 과잉 유입’은 이미 정점을 지난 분위기다.
글로벌 자금이 더 이상 미국 주식과 달러 자산을 무조건적으로 받아주지 않는 상황에서, 관세는 오히려 달러에 구조적인 부담이 된다. 무역적자는 유지되는데 자본 유입이 줄어들면, 환율 조정은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일부 글로벌 투자자들은 2026년을 달러의 하향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단기 변동성은 있겠지만, 중기 흐름에서는 달러 약세가 더 합리적인 시나리오라는 판단이다.
연준 의장 교체, 통화정책의 또 다른 불확실성
관세 문제와 함께 시장이 주목하는 또 하나의 변수는 연준이다. 정확히 말하면, 제롬 파월 이후의 연준이다.
현재 시장은 이번 FOMC 회의에서 정책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점에는 대체로 동의한다. 기준금리는 동결될 가능성이 높고, 단기적인 금리 인하 기대도 크게 낮아졌다. 문제는 그 이후다.
트럼프가 차기 연준 의장 후보를 누구로 선택하느냐에 따라, 향후 2~3년간의 통화정책 신뢰도가 달라질 수 있다. 최근 시장에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 중 하나가 Rick Rieder다. 월가에서는 비교적 실용적이면서도 성장 친화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시장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자신의 금리 선호를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즉 ‘정치적으로 더 민감한’ 인물을 선택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이 경우 연준의 독립성 논쟁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연준은 당장 바뀌지 않지만, 신뢰는 흔들릴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연준 의장이 바뀐다고 해서 정책이 즉각 급변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집단 의사결정 구조이고, 지역 연은 총재들의 투표권 순환은 오히려 단기적으로는 다소 매파적 구성을 만들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방향성’을 먼저 가격에 반영한다. 새 의장이 어떤 연구를 중시하는지, 어떤 발언을 반복하는지가 금리 기대와 환율에 영향을 미친다. 이 과정에서 달러는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른다.
결론: 두 불확실성은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관세 판결 공백과 연준 의장 교체라는 두 변수는 서로 다른 영역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시장에서는 같은 결론으로 수렴한다. 미국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신호다.
이는 곧 달러에는 구조적으로 불리하고 미국 주식에는 선택적으로 불리하며 금과 같은 대체 자산에는 우호적인 환경을 만든다.
2026년 미국 경제의 핵심 리스크는 침체가 아니라, 신뢰다. 그리고 신뢰는 숫자보다 먼저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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