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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경제

달러 안전자산 신화가 흔들린다: ‘집안에서 불이 나면 피난처가 되기 어렵다’는 이코노미스트 경고

 

달러는 오랫동안 세계 금융의 ‘최후의 피난처’로 작동해 왔다. 위기가 오면 미국 국채로 돈이 몰리고, 달러는 강해지고, 미국 자산은 다시 안전자산이라는 평판을 굳혔다. 그런데 2026년 초, 이코노미스트는 그 고리를 정면으로 의심한다. “집안에서 문제가 터지면 피난처가 되기 어렵다”는 말이다.

 

이 글은 그 논지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쓴다. 결론부터 말하면, 달러가 당장 ‘기축통화 자리’를 빼앗기는 국면은 아니다. 다만 달러가 안전자산으로서 누리던 ‘자동 반사이익’이 약해질 수 있는 조건들이 빠르게 쌓이고 있다. 달러의 힘은 신뢰에서 나오고, 신뢰는 결국 정책의 일관성과 제도의 독립성에서 나온다. 이 지점이 흔들리면 안전자산의 의미도 변한다.

 

 

 

 

 

 

 

 

 

달러는 왜 안전자산이었나: 위기 때마다 ‘미국 국채+달러’로 몰렸기 때문이다

 

안전자산의 핵심은 단순히 “가격이 덜 떨어진다”가 아니다. 위기 시기에 사람들이 가장 먼저 찾는 피난처라는 사회적 합의다. 그래서 안전자산은 평소에는 심심하지만, 공포가 커질수록 더 비싸진다. 달러와 미국 국채는 바로 이 역할을 맡아 왔다.

 

그런데 이코노미스트가 지적하는 변화는 간단하다. 위기 자체가 미국 정책에서 촉발되는 장면이 늘어날수록, 미국 국채가 자동으로 안전자산이 되기 어려워진다. “전화가 집 안에서 걸려온다”는 공포영화 비유는 이 지점을 찌른다.

 

안전자산은 ‘남의 문제’를 피해 들어가는 곳이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가 ‘집 안’에서 시작되면 피난처가 되기 어렵다. 안전자산이라는 단어가 여기서 반복된다. 안전자산의 조건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 데이터 1: 각국 외환보유고에서 달러 비중은 내려가고 있다

 

달러의 국제적 역할이 약해진다는 주장에는 늘 반론이 붙는다. “대체재가 없다”는 반론이다. 맞는 말이다. 유로, 엔, 위안, 금 어느 것도 달러를 완전히 대체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흐름은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전 세계 중앙은행 외환보유고에서 달러 표시 자산 비중이 1999년 72%에서 최근 57%로 낮아졌다고 요약한다. 이 숫자는 ‘달러 몰락’ 선언이라기보다, 달러 수요가 점진적으로 분산되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중요한 포인트는 “57%면 여전히 압도적”이라는 사실과 “72%에서 내려오는 추세가 계속된다”는 사실이 동시에 성립한다는 점이다. 달러는 1등을 유지하면서도, 예전만큼 무적이지 않을 수 있다.

 

핵심 데이터 2: 해외 자금은 ‘안전한 국채’보다 ‘위험한 주식’으로 더 많이 들어왔다

 

이코노미스트의 논리는 더 날카롭다. 단순히 “외환보유고에서 달러 비중이 줄었다”가 아니다. 해외가 미국을 사는 방식이 바뀌었다는 지적이다.

 

과거에는 해외 정부·중앙은행이 미국 국채를 많이 샀다. 즉 ‘보호(protection)’ 목적의 자금이 미국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최근엔 해외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을 더 크게 담는다. 즉 ‘수익(profit)’ 목적이 중심이 됐다. 이코노미스트는 해외가 보유한 미국 자산에서 미국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금융위기 직후 저점(약 21%)에서 최근 58%까지 올라 기록적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이 구조가 왜 문제인가. 주식 중심의 자금은 변동성에 취약하다. 미국 경제가 기대를 밑돌거나 정책이 거칠어지면, 해외 자금은 국채처럼 “참고 들고 가는 돈”이 아니라 “바로 빠질 수 있는 돈”이 된다. 달러는 안전자산처럼 보이지만, 그 안전자산을 떠받치는 자금의 성격이 더 위험해진 셈이다.

 

여기서 다시 달러가 나온다. 달러는 통화이지만, 동시에 ‘미국 자산에 대한 신뢰의 지표’다. 해외 자금이 미국 주식에서 돌아서면 달러는 생각보다 빨리 압력을 받을 수 있다.

 

결정적 장면: ‘관세 충격’ 때 국채 금리가 오르며 안전자산 공식이 깨졌다

 

안전자산의 교과서 공식은 이렇다. 주식이 떨어지면 국채 금리는 내려간다(국채 가격은 오른다).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피난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발표 이후(기사 서술상 2025~2026년 구간) 주식이 팔릴 때 장기 국채 금리가 오르는 장면이 반복됐다고 지적한다. 즉 위험자산이 흔들리는데 안전자산으로도 몰리지 않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얘기다.

 

이 장면은 상징적이다. “미국 정부가 혼란의 원인인 상황에서 국채가 안전자산이 되기 어렵다”는 핵심 문장이 바로 여기서 나온다. 안전자산이라는 단어를 또 쓴다. 안전자산은 ‘신뢰의 자동반응’인데, 자동반응이 멈추는 순간 시장 구조가 바뀐다.

 

 

 

달러 안전자산 신화가 흔들린다

 

 

 

 

 

 

새 연준 의장 변수: 케빈 워시 지명과 ‘연준 독립성’ 리스크가 달러에 붙는다

 

이코노미스트 글은 연준(Fed) 인선 리스크도 달러 변수로 본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케빈 워시를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했고, 파월 의장의 임기(의장 임기)가 2026년 5월 종료되는 일정이 거론된다.

 

Reuters도 워시 체제에서 통화정책이 더 ‘느슨해질 수 있다’는 우려, 그리고 연준의 독립성이 약해질 수 있다는 시장의 불안을 전했다.

 

여기서 달러와 연준은 연결된다. 달러의 국제 신뢰는 “미국이 법과 제도로 정책을 운용한다”는 믿음에 기대어 있다. 연준이 정치적 압력에 더 민감해질 것이라는 인식이 퍼지면, 달러는 기축통화 1위 자리를 유지하더라도 안전자산 프리미엄을 일부 잃을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워시가 최근엔 비둘기파적 발언을 했지만 본래 매파 성향이 있고,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에 강한 관심을 보이는 등 ‘정책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본다. 불확실성은 달러에 나쁘다. 안전자산은 예측 가능성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달러를 대체할 통화가 없어도 달러 수요는 줄 수 있다: ‘왕좌’와 ‘수요’는 다른 문제다

 

많은 사람이 오해한다. “달러가 대체되지 않으면 달러는 안전하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의 핵심은 그게 아니라 “대체재가 없어도 수요는 의미 있게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달러가 1등을 유지하는 것과, 달러가 과거처럼 강한 안전자산 프리미엄을 누리는 것은 같은 문제가 아니다. 달러 수요가 줄어드는 경로는 여러 가지다.

 

  • 해외 중앙은행이 외환보유고 구성을 조금씩 다변화한다(달러 비중 완만 하락).
  • 해외 민간자금이 미국 주식 비중을 줄인다(수익 추구 자금의 이탈).
  • 위기 때 국채로 도망가지 않고, 오히려 미국 정책 리스크를 피한다(안전자산 공식 붕괴).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진행되면 달러는 “약해질 이유가 없는 통화”가 아니라 “강하려면 조건이 필요한 통화”가 된다. 달러가 반복된다. 의도적으로 반복한다. 지금 시장의 질문이 달러이기 때문이다.

 

투자자 관점 정리: 앞으로 달러의 매력은 ‘미국 자산의 초과성과’에 더 의존하게 된다

 

이코노미스트는 달러의 미래가 결국 미국 자산(특히 주식)의 성과에 더 좌우될 것이라고 본다. 안전자산 프리미엄이 약해지면, 달러 수요는 “피난”이 아니라 “수익”으로 유지돼야 한다.

 

문제는 최근 시장에서 미국 주식의 상대 성과가 흔들리는 조짐이 거론된다는 점이다(관세 불확실성, AI 버블 우려, 일부 대형 기술주의 둔화 등). 이 요인이 커지면 달러는 더 취약해질 수 있다.

 

결론은 단순하다. 달러가 끝나는 게 아니라, 달러의 성격이 바뀐다. “위기 때 자동으로 강해지는 달러”에서 “정책 신뢰와 자산 성과를 증명해야 강해지는 달러”로 이동한다. 안전자산이라는 단어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쓴다. 안전자산은 명칭이 아니라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