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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경제

유럽 통합의 위기와 안보 분업의 종말이 가져올 나비효과 분석

 

제2차 세계대전이 막을 내린 이후 서유럽 국가들은 자국의 안보를 전적으로 미국에 의존해왔다. 이러한 안보의 우산 아래에서 유럽 국가들은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며 경제 통합이라는 거대한 실험에 매진할 수 있었다. 역할은 명확히 나뉘어 있었다. 워싱턴은 대륙의 안보를 책임졌고, 브뤼셀은 갈수록 커지는 경제적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최근 포린 어페어즈(Foreign Affairs)가 강조하듯 이러한 오랜 분업 체계가 불확실성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Pic.: You Tube

 

 

 

경제 협력의 도구로서의 유럽연합과 안보의 한계

 

유럽연합은 본래 경제 협력을 위한 수단이다. 이것은 전쟁을 위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평화를 위한 프로젝트로 설계되었다. 프랑스와 독일을 경제적으로 단단히 묶어내어 유럽 내 대규모 전쟁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다는 설립 목적은 매우 성공적으로 달성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은 나토(NATO)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안보 체제에 변화가 생기면 회원국 간의 긴장이 고조되어 기존의 유럽 협력 구조 자체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유럽 집행위원회는 이제 한 걸음 물러나야 한다. 블록 내부와 외부의 국가들이 새로운 정부 간 파트너십을 개발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그래야만 워싱턴과 브뤼셀이 유럽 안보를 강화하고 유럽 프로젝트 자체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다.

 

 

유럽 통합의 위기와 안보 분업의 종말이 가져올 나비효과 분석

 

 

유럽의 글로벌 파워 야망이 불러올 재앙적 시나리오

 

유럽연합이 '글로벌 파워'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실제로는 대서양 양안 모두에 재앙이 될 위험이 크다. 유럽연합은 자체적인 군대를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브뤼셀은 국방비에 직접 자금을 지출할 권한이 없다. 오직 재정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이론적으로 공동 부채를 발행하여 회원국을 지원할 수 있을 뿐이다.

 

현재 시스템에서 공동 부채 발행은 결국 독일과 네덜란드 같은 부유한 국가의 자금이 프랑스, 그리스, 이탈리아 등 재정 지출이 많은 국가로 이전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자금을 지원받게 될 이들 국가의 안보 우려사항은 동지중해나 중동, 북아프리카에 쏠려 있으며, 이는 러시아의 위협과는 거리가 멀다. 독일과 네덜란드의 납세자들에게 이러한 부담을 무기한으로 요구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정치적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방위 산업 통합을 가로막는 국가적 이해관계와 주권의 충돌

 

통합된 유럽 방위 부문을 구축하려면 각국이 주요 고용원과 수출 수익원을 포기해야 한다. 민주적 감시나 조정이 거의 없는 시스템을 위해 국가의 핵심 이익을 희생하라는 요구다. 마크롱 대통령의 화려한 수사에도 불구하고, 정작 유럽 방위 산업 통합에 가장 반대하는 국가는 프랑스다. 통합은 파리가 1958년 이후 견지해온 국가 독립의 원칙을 포기하게 만든다. 국방 통제권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프랑스의 고집은 이미 프랑스-독일 간의 차세대 전투기(FCAS) 프로젝트를 좌초시킨 바 있다.

 

유럽 방위 부문을 창설하려면 모든 회원국이 직면한 위협의 본질, 새로운 역량 개발 방식, 지적 재산권 소유 문제, 그리고 무엇보다 무기 수출에 대한 공통된 접근 방식에 합의해야 한다. 현재 브뤼셀은 이러한 복잡한 문제에 답할 능력도, 전문성도, 민주적 정당성도 갖추지 못했다.

 

공동 방위 정책이 위협하는 독일의 사회적 계약과 제조 업계

 

무엇보다 공동 방위 정책으로의 이동은 독일의 사회적 계약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제조 업계의 광범위한 고용과 유로존 회원국 지위의 결합은 수십 년 동안 독일을 지탱해온 힘이었다. 하지만 이 사회적 계약은 이미 붕괴하기 시작했다. 독일 제조 업계는 저렴한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접근권을 잃은 후 여전히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동시에 중국과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제조 분야 전반이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

 

유럽의 힘을 주장하는 옹호자들은 독일 납세자들에게 국방비를 증액하는 동시에 독일 외부에서 생산된 군사 장비를 구매하고, 다른 유럽 국가의 국방비까지 보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들은 각각 하나만으로도 폭발력이 크며, 좌우 극단주의 정당에 대한 지지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모든 요구가 합쳐지면 언제든 터질 수 있는 화약고가 된다.

 

정부 간 협력을 통한 평화와 번영의 지속 가능성 탐색

 

워싱턴과 브뤼셀은 마음이 맞는 국가들 사이의 정부 간 협력을 우선시함으로써 다음 세대를 위한 유럽의 평화와 번영을 확보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대서양 양안의 정책 입안자들은 유럽 기구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 한다. 그들이 바라는 이상적인 모습이 아니라 현재의 한계와 실체를 직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경제와 군사 문제의 역할 분담은 지난 70년 이상 유로-대서양 지역의 평화를 보존해왔다. 이 오래된 약속을 성급히 던져버리는 것은 끔찍한 재앙을 초래할 뿐이다. 유럽 프로젝트의 생존은 억지로 통합된 군사력을 만드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각국의 주권과 현실적인 이해관계를 존중하는 유연한 협력 체계를 유지하는 데 달려 있다.

 

유럽의 제조 경쟁력과 안보 전략의 상관관계

 

결국 유럽의 안보 논의는 단순한 군사력 증강의 문제를 넘어선다. 그것은 독일과 프랑스로 대표되는 유럽 제조 산업의 생존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에너지 위기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제조 기반이 흔들린다면 유럽이 꿈꾸는 전략적 자율성은 신기루에 불과하다.

 

따라서 유럽연합은 중앙집권적인 국방 통합에 매몰되기보다, 제조 산업의 경쟁력을 회복하고 개별 국가들이 안보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경제적 토대를 마련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무리한 통합 시도는 오히려 북유럽과 남유럽, 그리고 나토 외부의 중립국들 사이의 미묘한 협력 틀을 파괴할 위험이 크다. 실용적인 정부 간 파트너십이야말로 유럽이 마주한 안보 화약고를 해체할 유일한 열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