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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정치

툴시 개버드 DNI의 ‘딥스테이트’ 경고: 우크라이나 평화협상을 둘러싼 정보정치의 전형

 

미국 국가정보국장(DNI) 툴시 개버드Tulsi Gabbard가 TPUSA(터닝포인트 USA) AmericaFest 연설에서 “딥스테이트가 트럼프의 우크라이나 평화협상을 방해하려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핵심 문장은 “평화협상에 진전이 있을 때마다 딥스테이트의 전쟁주의자(warmongers)가 이를 막으려 들고, 정보기관 내부의 딥스테이트가 정보를 ‘무기화’해 주류 언론에 흘려 거짓 내러티브를 퍼뜨린다”는 구조다. 더 나아가 EU와 NATO가 미국을 러시아와의 직접 충돌로 끌고 가려 한다고도 말했다. (ODNI가 공개한 2025년 12월 20일 연설문에 해당 대목이 포함돼 있다.)

 

이 발언은 단순한 수사 이상의 의미를 갖는데, 왜냐하면 DNI는 ‘정보 공동체를 대표하는 자리’이고, 우크라이나 평화협상은 미국 외교·안보의 최상위 의제이기 때문이다. 정보기관의 수장을 자처하는 인물이 “정보가 정치적으로 유출되고 있다”는 구도를 대중 정치행사에서 직설로 던지는 순간, 문제는 외교가 아니라 ‘정보정치’로 바뀐다. 여기서부터 분석이 시작된다.

 

 

 

툴시 개버드 DNI의 ‘딥스테이트’ 경고

 

 

 

 

딥스테이트라는 단어가 작동하는 방식

 

딥스테이트라는 단어는 사실 분석 도구라기보다 프레임으로, 딥스테이트는 “이름 없는 행위자들이 조정한다”는 서사를 통해 복잡한 정책 갈등을 단순화한다. 그래서 대중 동원에는 강하지만, 책임 소재를 흐릴 위험도 큰데,  그럼에도 이 프레임이 현실 정치에서 반복되는 이유가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외교·안보 정책을 둘러싼 기관 간 갈등, 그리고 정보의 선택적 공개(유출 포함)가 정치적 무기가 되는 일이 과거에도 빈번했다. 개버드가 딥스테이트를 말하는 순간, 지지층은 “관료 엘리트 대 국민”의 구도로 읽고, 반대층은 “정보기관의 정치화” 혹은 “권력의 면책”으로 읽는다. 같은 단어가 정반대의 결론을 생산한다.

 

문제는, 딥스테이트라는 단어가 단순한 평가를 넘어 ‘사전 정당화’로 기능할 때다. 앞으로 평화협상 과정에서 불리한 정보가 나오면, 그 정보는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딥스테이트의 공작”으로 분류될 여지가 커진다. 이때 정책 토론은 내용이 아니라 출처 공격으로 무너진다. 딥스테이트 프레임은 강력하지만, 민주주의적 검증 절차를 약화시키는 비용을 동반한다.

 

평화협상 국면에서 ‘유출’은 왜 반복되는가

 

개버드는 정보의 “무기화”와 “유출”을 언급했는데, 이 부분은 현실적으로도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메커니즘이다. 평화협상은 이해당사자가 많고, 협상안이 문서화되는 순간 ‘누가 무엇을 양보했는지’가 권력의 생존과 직결된다. 그래서 협상 과정의 일부가 언론에 흘러나오는 건 흔한데,  중요한 건 유출이 “완전한 거짓”이어서가 아니라, “부분적 진실의 편집”으로 효과를 내기 쉽다는 점이다. 정교한 유출은 사실관계를 전부 뒤집지 않아도 협상 동력을 꺾을 수 있다.

 

실제로 2025년 12월 하순 보도들을 보면, 미국이 추진하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구상이 협상 테이블에서 논의 중이고(미국·유럽·우크라이나·러시아 측 접촉이 병행), 동시에 “푸틴의 전쟁 목표가 변하지 않았다”는 미국 정보평가가 언론에 등장하며 논쟁이 확산되는 흐름이 포착된다.


이런 환경에서 평화협상은 ‘전장(戰場)’이 아니라 ‘내러티브 전쟁’이 된다. 평화협상 자체보다 평화협상을 둘러싼 해석이 정책을 결정하고, 딥스테이트 프레임은 바로 그 내러티브 전쟁을 한 번에 잠그는 자물쇠로 쓰이려 한다.

 

여기서 전문가 관점의 핵심 질문은 “그 유출이 거짓이냐, 진실이냐”가 아니다. “유출이 협상 당사자들의 인센티브를 어떻게 바꾸느냐”다. 유출이 반복되면, 협상팀은 ‘실질 합의’보다 ‘국내 정치 방어’에 더 많은 자원을 쓰게 된다. 그 순간 평화협상은 느려지고, 더 불안정해진다. 평화협상은 협상장 안에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협상장 밖의 정치가 협상장을 삼킨다.

 

EU·NATO를 지목한 발언의 함정: 동맹을 협상 레버리지로 쓰는 방식

 

개버드는 EU와 NATO가 미국을 러시아와의 직접 충돌로 끌고 가려 한다고까지 말했다.


이 발언은 사실관계 판단을 떠나, 협상 전술로서의 의미가 크다. 동맹을 압박하면 유럽은 “미국이 안보 보증을 줄이려 한다”는 공포를 느끼고, 그 공포는 다시 ‘더 강한 조건’을 요구하는 반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즉, 동맹 비판은 유럽을 협상에 끌어들이는 레버리지가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유럽의 정치적 방어 본능을 자극해 협상을 더 꼬이게 만들 수도 있다.

 

게다가, EU·NATO는 단일 행위자가 아니라 회원국별 이해관계가 다르고, 전쟁 지속 비용·재건 비용·난민 부담·방위산업 이해가 모두 다르다. 그런데 이를 “EU·NATO의 의지”로 단순화하면, 협상 상대를 명확히 하는 대신 협상의 복잡성을 과소평가하게 된다. 딥스테이트 프레임과 마찬가지로, 단순화는 동원에 유리하지만 실행에는 불리할 수 있다.

 

정보기관 수장이 ‘정치 무대’에서 말할 때 생기는 구조적 리스크

 

가장 민감한 지점은 여기다. DNI는 “정치로부터의 거리”가 신뢰의 기반인데 DNI가 대중 정치행사에서 특정 내러티브(딥스테이트, 주류 언론, EU·NATO)를 전면에 세우면, 정보기관의 신뢰는 두 갈래로 찢어진다. 지지층은 “진실을 말한다”고 평가하겠지만, 반대층은 “정보를 정치에 동원한다”고 판단한다. 결과적으로 정보기관은 ‘국가의 기관’이 아니라 ‘정파의 기관’으로 인식될 위험이 커진다.

 

더 현실적인 문제는 내부로, 정보기관 구성원들은 “정책 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만들지만, 그 정보가 정권의 내러티브와 충돌할 때 어떤 압력이 생길지 예측하게 된다. 이때 조직은 스스로를 방어하려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쉬워져 어떤 사람은 침묵하고, 어떤 사람은 외부로 흘린다. 이런 역학이 반복되면, 개버드가 말한 ‘유출’은 오히려 더 늘어날 수 있다. 즉, 딥스테이트를 때리려다가 딥스테이트 프레임이 유출의 유인을 강화하는 역설이 생긴다.

 

결론: 딥스테이트 프레임은 평화협상을 돕기도, 망치기도 한다

 

개버드의 메시지는 “평화협상 방해 세력을 견제하자”는 정치적 호소로는 강력하지만 정책적으로는 양날의 검이다. 딥스테이트 프레임이 확산될수록, 평화협상 과정에서 나오는 불편한 정보는 ‘검증’이 아니라 ‘낙인’으로 처리될 위험이 커진다. 그 순간 협상은 더 불투명해지고, 국내 정치는 더 격화되며, 동맹과의 조정 비용도 상승한다. 평화협상은 빠른 종전만으로 완성되지 않으며, 합의의 지속 가능성이 핵심이다. 지속 가능성은 신뢰에서 나오고, 신뢰는 정보의 중립성과 검증 가능성에서 나온다.

 

결국 관건은 딥스테이트라는 단어가 아니라, 평화협상 과정의 투명한 설명 책임과, 정보의 공개·비공개 경계에 대한 제도적 합의다. 딥스테이트를 외칠수록 중요한 건 더 단순해진다. “누가 말했느냐”가 아니라 “무엇이 사실이냐”로 돌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느냐. 그게 진짜 승부처다. 평화협상은 전장만이 아니라 제도 위에서도 굴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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