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봄, 워싱턴과 베이징이 관세로 맞붙던 한복판에서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선트는 자신감을 과시했다. 중국은 “패배한 패(hand)를 쥐고 있다”고 말했다. “투(two) 한 쌍으로 게임을 한다”는 표현까지 동원했으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몇 달간의 관세 인상과 인하를 반복한 끝에 10월 말 타결된 미·중 합의는, 백악관이 주장한 ‘대승’과 달리 기존 현상 유지에 가까웠는데, 오히려 미국은 이전까지 협상 불가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수출 통제 일부를 되돌리는 양보를 했다. 이 국면은 단순한 협상 실패가 아니라 미·중 힘의 구조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관세의 왕복, 그리고 전략의 공백
미국의 관세 전략은 일관되지 않았는데, 10%에서 20%, 다시 145%까지 치솟았다가 다시 10%로 내려왔다. 숫자는 강경했지만 방향은 흔들렸는데, 관세는 상대의 행동을 바꾸는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다. 그러나 이번 무역전쟁에서 관세는 ‘메시지’로만 소비됐는데, 중국은 충격을 흡수했고, 미국은 출구를 찾지 못했다. 결국 합의는 “거대한 승리”라는 수사와 달리, 미국이 수출 통제 확대를 철회하는 실질적 양보를 포함했는데, 협상의 무게중심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국의 협상력은 어디서 나왔나
중국의 레버리지는 단순히 시장 규모가 아니라 핵심은 공급망이다. 중국은 희토류 공급망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데, 강력한 자석,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색상, 디지털 신호 증폭에 쓰이는 이 광물은 전기차, 위성, 항공, 소비자 전자제품 전반에 필수적이다. 중국이 수출을 제한하면 미국 산업의 여러 축이 동시에 흔들려 미국은 자국 내 채굴·정제 능력 확대에 투자하고 있지만, 로디움 그룹의 다니엘 로젠이 지적했듯 이러한 변화는 “수년이 걸려야 현재의 과도한 중국 의존을 완화할 수 있다”. 단기간에 대체 불가능한 지점이 중국의 협상력을 만든다.
여기에 더 민감한 의존도 있는데, 미국은 약 700종의 의약품 성분을 중국에 의존한다. 이 사안은 협상 테이블에조차 오르지 않았다. 말하지 않아도 압박이 되는 카드이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이 10월 중국계 기업 넥스페리아의 칩 수출을 차단했을 때, 혼다·닛산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생산이 지연돼 중국은 원하면 즉각적인 혼란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줬다.

기술과 산업에서의 구조적 우위
무역전쟁의 또 다른 배경은 산업 경쟁력인데[, 중국은 청정에너지와 전기차에서 이미 ‘추격자’가 아니다. 미국과 유럽을 합친 것보다 두 배 많은 태양광 설비를 건설했고, 전 세계 전기차의 약 70%를 생산한다. 배터리 기술에서도 선두로 상하이 모터쇼에서 BYD가 선보인 5분 급속 충전 배터리는 상징적이다. 2024년 한 해 중국은 전 세계 나머지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공장용 로봇을 설치했다. DJI는 상업용 드론 시장의 70%를 장악했는데, 이 수치들은 관세로 단기간에 흔들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군사력과 지정학의 그림자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격차는 줄고 있다. 중국 조선소 한 곳이 지난해 생산한 선박 수는, 미국이 2차 세계대전 이후 만든 선박 수를 넘어섰다. 최신 항공모함은 미 해군의 항모와 유사한 능력을 갖췄고, 2020년 이후 핵탄두 비축량은 두 배로 늘었고, 잠수함 전력도 강화됐다. 대만 문제를 둘러싼 모호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데, 이 모든 요소는 무역 협상이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님을 상기시킨다.
미국 인식의 변화: 적에서 경쟁자로
흥미로운 변화는 미국 사회의 인식이다. 중국을 ‘적’으로 보는 비율은 몇 년 전보다 낮아졌고, 틱톡, 중국 여행 콘텐츠, 로봇과 고속철도 영상이 일상 속 이미지를 바꿨다. 혼란스러운 미국 정치와 대비되는 중국의 상대적 안정성도 영향을 준다. 이유가 무엇이든, 중국의 몰락을 기대하는 시각이 비현실적이라는 인식은 확산되고 있는데, 이는 정책 선택에도 영향을 준다.

‘확전 우위(escalation dominance)’의 주체는 누구인가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2025년의 승자를 중국의 시진핑으로 지목했는데, “적이 실수할 때 방해하지 말라”는 격언이 올해처럼 잘 들어맞은 적은 드물다. 10월 말 한국에서의 미·중 정상 접촉은 분기점이었는데, 트럼프의 후퇴는 ‘탈동조화(decoupling)’ 담론을 중단시켰다. 심지어 ‘디리스킹’조차 흔들렸다. 트럼프는 회담에 12점 만점을 줬지만, 중국은 10점을 가져갔다.
2025년의 교훈은 명확한데, 미국은 대두를 다시 중국에 팔 수 있게 됐고, 중국은 희토류 접근을 보장했다. 추가로 중국은 최첨단은 아니지만 고급 AI 프로세서 접근을 확보한 반면 미국의 비중국 파트너들은 혼란 속에 남겨졌다. “미국 우선”은 선거 구호로는 작동하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중국의 우위를 더 또렷하게 만들었다.
결론: 관세 이후의 세계, 전략은 어디에 있는가
이번 무역전쟁은 중국을 굴복시키지 못했고 오히려 중국의 구조적 강점을 드러냈다. 관세는 압박이었지만, 공급망·기술·산업·군사력이라는 복합적 레버리지를 대체하지 못했고, 중국은 더 이상 ‘빠른 추격자’가 아니다.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의 리지 리가 말했듯, 중국은 “다르고, 어쩌면 더 실현 가능한 발전 모델을 보여주는 시스템”이 됐다. 2026년이 또 하나의 ‘용의 해’가 될지는 미지수인데, 분명한 것은, 중국의 몰락을 전제로 한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경쟁은 계속되나 그 경쟁의 규칙은 이미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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