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이 관세 장벽을 높이 쌓아 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2025년 글로벌 상품 무역은 표면적으로는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유지했다는 것이 대다수 국제기구의 통계로 확인된다. 하지만 이러한 전체적인 견고함 아래에서는 심상치 않은 암류가 흐르고 있으며, 무역의 궤적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미국의 수입량은 감소하는 반면, 아프리카, 중동, 라틴아메리카 등 개발도상국 경제권의 수입량은 강력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으로, 이는 글로벌 무역의 판도가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의 저명한 싱크탱크인 해사전략센터(Center for Maritime Strategy)의 연구원이자 해운업계 스타 애널리스트인 존 맥코은(John McCown)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10월 글로벌 컨테이너 화물량이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단순한 수치 증가 이면에 세계 컨테이너 공급망이 이미 무역 패턴을 조정하고 재편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그는 "미국의 2024년 연간 컨테이너 수입량이 15.2% 증가했던 것과 비교할 때, 2025년의 연간 총계가 이와 정반대의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말조차 상황을 너무 가볍게 표현한 것"이라며 급격한 변화를 예고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지속적인 무역 위협이 이러한 화물 운송 패턴 재편의 주된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는데, 그에 따르면, 만약 2025년이 관세를 부과하는 '관세의 해'였다면, 다가오는 2026년은 그로 인한 결과가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관세 후폭풍의 해'가 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대다수 무역 전문가들은 내년에 국제 무역의 변동성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2026년 글로벌 무역을 뒤흔들 가장 결정적인 4가지 '불확실성' 요인이 무엇인지 자세히 들여다본다.
첫 번째 불확실성: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재검토의 험난한 파고
미국, 캐나다, 멕시코 3국은 지난 2020년 발효된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에 대한 재검토를 곧 시작할 예정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그리어 대표는 이달 초, 협정 발효 6년 후 내용을 업데이트할 수 있도록 허용한 조항을 언급하며, 이번 재검토가 3국을 '새로운 영역'으로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어 대표는 본격적인 검토에 앞서 진행된 대중 의견 수렴 기간에 1,500건 이상의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많은 이해관계자가 USMCA를 지지하고 있으며, 협정 연장을 명확히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지만 동시에 거의 모든 이해관계자가 협정의 어떤 형태로든 개선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미국은 USMCA 잔류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문제는 북미 무역 블록의 세 회원국 중 어느 한쪽의 '개선' 요구가 다른 회원국의 이익을 희생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0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이미지가 사용된 관세 광고에 반발하며 캐나다와의 무역 협상을 중단시킨 이후, 미국과 캐나다의 관계는 이미 상당히 경색된 상태다.
두 번째 불확실성: 홍해 항로 재개와 해운 시장의 혼란
많은 해운 기업들은 내년도 항로 운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는데, 컨설팅 회사 베스푸치 마리타임(Vespucci Maritime)의 라스 옌센(Lars Jensen) CEO는 컨테이너선을 비롯한 글로벌 무역 주력 선박들이 내년에 두 가지 충격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는 겉보기엔 호재 같지만, 실제로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처럼 글로벌 공급망을 교란할 수 있는 요인들이다.
첫 번째 변화는 세계 화물 선단이 지난 2년간 어쩔 수 없이 이용했던 아프리카 희망봉 우회 항로 대신 다시 홍해 항로로 복귀하는 것이다. 현재 홍해를 위협하던 일부 요소들이 기본적으로 진정되면서 기존 항로의 매력이 다시 커지고 있는데, 프랑스의 CMA CGM과 덴마크의 머스크 등 주요 해운사들은 이미 소규모 선박들을 해당 항로로 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옌센 CEO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지름길인 홍해와 수에즈 운하가 완전히 정상화될 경우, 시장에 엄청난 운송 능력이 풀리면서 유럽 항만들에 심각한 혼잡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두 번째 충격은 수요 측면에서 발생할 수 있는데, 만약 트럼프 행정부 관료들의 예측대로 투자 열풍과 저금리 기조에 힘입어 2026년 미국 경제가 빠르게 성장한다면, 이에 따른 재고 확충 수요가 급증하여 해운업계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캘리포니아주에서 오랫동안 물류업에 종사해 온 한 베테랑 전문가는 "업계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내년 공급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요인은 역시 홍해 항로 재개이며, 그 시점과 속도가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선주들의 태도나 움직임으로 볼 때 통일되거나 명확한 시간표는 없다고 덧붙였고, 또한 미국 국내 수요에 대해서는 다소 보수적인 시각을 보이며, 미주 노선 물동량이 기껏해야 5% 미만의 소폭 증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세 번째 불확실성: 법적 구속력 없는 불안정한 무역 합의들
2025년 백악관의 성과 목록 중 하나는 여러 무역 파트너들과 달성한 무역 합의였는데, 대부분의 상대국 경제체는 투자 약속과 함께 미국 수출 상품에 대한 더 나은 시장 접근성을 제공하기로 했다. 동시에 미국 측도 이들 국가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상품에 대해 부과하던, 소위 '상호 관세'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다수의 전문가가 강조하듯이, 트럼프 행정부가 현재 맺고 있는 합의들은 '전통적인' 의미의 무역 협정이 아니다. 영국 더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부학장이자 다국적법 교수인 듀밍은 미국이 영국, EU 등과 맺은 무역 합의들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명시되어 있으며, 강제 이행 조항이나 상세한 규칙 설명도 빠져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영미 간의 '경제 번영 협약(EPD)'을 예로 들며, 여기서 'D'는 'Deal(거래)'을 의미할 뿐 전통적인 법률 용어가 아니므로 법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 반덤핑 재무 전문가 역시 트럼프 행정부가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일련의 무역 협정을 맺었지만, 이러한 조항들이 갑자기 변경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리어 대표는 지난주에도 EU와 인도를 지목하며 두 무역 파트너와의 협상이 새해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언급했고, 심지어 그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EU가 미국 기술 기업들에 대해 과도한 규제를 하고 있다며 보복 조치를 취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네 번째 불확실성: 미국 대법원의 트럼프 관세 적법성 판결
2026년 글로벌 무역 분야의 가장 큰 미지수 중 하나는 미국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이른바 '상호 관세'의 적법성에 대해 곧 내릴 판결이다.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패소한다면, 미국 경제와 국가 재정 전망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정부가 미국 수입업자들이 이미 납부한 관세를 환급해야 하는지 여부가 될 것인데, 현재로서는 이 과정이 제때 질서 정연하게 진행될지 불투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기업들의 대열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만약 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글로벌 관세 정책을 뒤집을 경우, 확실하게 환급을 받기 위함이다. 한 중국 변호사는 최근 인터뷰에서 기업들이 추가 소송에 나서는 이유에 대해 현재 소송의 승소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며, 판결 결과가 원고에게만 적용되어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기업은 환급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사건의 향방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패소할 확률이 높다고 전망했다.
예측 시장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패소 가능성을 약 75%로 보고 있는데,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패소할 경우, 관세를 부과하기 위해 대통령의 다른 권한을 동원해야 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어 대표는 이달 초 인터뷰에서 2026년의 관세 상황이 올해보다 조용할 것인지를 묻는 말에 답변을 거부하며 "그 질문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물어봐야 한다"고만 답해 불확실성을 더욱 키웠다. 다가오는 2026년은 미국의 통상 정책이 불러온 거대한 파도 속에서 전 세계가 출렁이는 한 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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