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 영토인 그린란드를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다시금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미국과 유럽 사이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단순히 부동산 매입 의사를 밝히는 수준을 넘어, 이제는 실제적인 경제적 압박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점이 사태의 심각성을 더한다.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유럽 8개국이 그린란드에서 소규모 군사 훈련을 진행한 것을 빌미로 경제적 보복을 선언했다. 2월 1일부터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덴마크가 그린란드 매각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6월 1일까지 이를 25%로 인상하겠다는 강력한 경고다. 이는 사실상 유럽의 안보와 경제를 동시에 흔드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안보 우산과 유럽의 딜레마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는 유럽 지도자들이 결국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유럽이 여전히 미국의 안보 우산 아래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만약 미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중단할 경우 유럽의 안보 체제가 순식간에 붕괴할 것임을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럽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트럼프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NATO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이며, 유럽의 자존심을 버리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반복적인 굴복은 결국 유럽을 더 큰 수렁으로 밀어 넣을 뿐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에스컬레이션 도미넌스, 유럽이 가져야 할 새로운 전략
유럽이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검토해야 할 개념이 바로 에스컬레이션 도미넌스(Escalation Dominance) 전략이다. 이는 핵 전략가 허먼 칸이 고안한 개념으로,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상대보다 더 큰 고통을 견디며 끝까지 보복할 의지가 있는 쪽이 결국 승리한다는 원리다.
상대방이 '내가 한 대 때리면 저쪽은 두 대를 때릴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인지하게 함으로써 애초에 싸움을 걸지 못하게 만드는 억제력을 의미한다. 유럽이 그린란드에서 군사 훈련을 강행한 것도 이러한 에스컬레이션 도미넌스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 있다. 미국의 위협에 단순히 움츠러드는 것이 아니라, 대응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정치적 위기를 고조시키려는 전술이다.
유럽의 비밀병기, 무역 바주카포와 그 한계
유럽연합(EU)은 이미 2023년에 경제적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반강압 수단(Anti-coercion instrument)'을 도입했다. 이른바 무역 바주카포라고 불리는 이 장치는 금융 시장 접근 차단, 지적 재산권 취소, 투자 금지 등 강력한 보복 조치를 포함한다. 이론적으로는 트럼프의 관세 폭탄에 맞설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하지만 문제는 실행 의지다. 유럽 내부에서는 이 무기를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에 나오는 종말 기계에 비유하기도 한다. 강력한 위력을 가졌지만 정작 사용하기를 두려워해 억제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현재 EU는 930억 유로 규모의 대미 관세를 검토 중이지만, 독일과 같은 국가들이 자국 수출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결단이 늦어지고 있다.
에스컬레이션 도미넌스 전략의 핵심은 실천이다
미국 측은 유럽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고작 '실무 그룹 회의'일 뿐이라며 비아냥거리고 있다. 유럽이 말로만 대응을 외칠 뿐, 실제로 고통을 감내하며 끝까지 맞설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간파한 것이다. 진정한 에스컬레이션 도미넌스를 달성하려면 유럽은 이제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
유럽이 트럼프의 관세 위협에 굴복한다면 그린란드뿐만 아니라 앞으로 더 많은 것을 내어주어야 할지도 모른다. 소프트 파워에 의존하던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하드 파워와 전략적 억제력을 갖추는 것만이 유럽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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