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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정치

캐나다 카니 총리의 아시아 태평양 순방과 중견국 외교의 새로운 도전

 

캐나다의 마크  커니 총리가 현지 시간 27일 인도를 시작으로 호주와 일본을 잇는 10일간의 '아시아 태평양 순방'에 나선다. 이번 행보는 단순한 외교적 방문을 넘어, 불확실성이 가속화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캐나다가 주도권을 잡으려는 치밀한 전략의 일환이다.

 

캐나다 총리실은 이번 순방이 무역, 에너지, 기술, 국방 분야에서 캐나다 기업과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커니 총리는 "더욱 불확실해진 세계에서 캐나다는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캐나다 카니 총리의 아시아 태평양 순방과 중견국 외교의 새로운 도전

 

 

 

인도와 캐나다의 전략적 결합과 경제적 밀월

 

 커니  총리의 첫 방문지인 인도 뭄바이와 뉴델리에서는 경제적 실리 챙기기가 핵심이다. 최근 몇 년간 캐나다와 인도의 관계는 부침을 겪어왔다. 특히 2023년 발생한 시크교 지도자 암살 사건으로 외교적 위기까지 치닫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순방은 양국이 과거의 앙금을 털어내고 '중견국'으로서의 경제적 결합을 강화하는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커니 총리의 인도 방문 최우선 과제로 에너지와 핵심 광물의 수출 확대를 꼽는다. 액화천연가스(LNG) 장기 계약 협상과 원유 공급 협력, 그리고 10년 기한의 우라늄 공급 계약 체결 등이 구체적인 성과로 거론된다.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양국 교역액은 133억 캐나다 달러에 달하며, 특히 서비스 무역 분야에서 캐나다는 인도 유학생들을 통한 교육 수출로 상당한 이득을 보고 있다. 양국은 2030년까지 양자 교역액을 현재의 두 배 수준인 500억 달러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미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수출 다변화 전략

 

 커니  총리는 취임 이후 줄곧 캐나다의 경제 구조를 개편하려 노력해왔다. 그 핵심은 향후 10년 내에 비(非)미국 수출액을 두 배로 늘리는 것이다. 미국이 금속과 자동차 등 주요 산업에 지속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며 자국 우선주의를 강화하자, 캐나다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아시아 태평양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미국이라는 거대 시장에만 의존해서는 국가의 경제적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커니 총리는 '중견국 선언'을 통해 글로벌 외교 무대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다보스 포럼에서 그는 미국의 정책이 글로벌 관계를 파열시키고 있다고 비판하며 중견국들이 단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아태 순방은 그 선언을 실천에 옮기는 첫 번째 시험대인 셈이다. 캐나다는 인도, 호주, 일본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무역 파트너를 다각화하고 자국 산업의 안정성을 확보하려 한다.

 

호주와 일본을 잇는 중견국 연대의 실체

 

인도 다음 행선지인 호주에서  커니 총리는 연방 의회 연설을 가질 예정이다. 이는 캐나다 총리로서는 약 20년 만의 일로, 양국의 협력이 새로운 수준에 도달했음을 상징한다. 특히 호주와는 '경쟁과 협조'의 조율이 중요하다. 두 나라는 자원 부국으로서 수출 구조가 매우 비슷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커니 총리는 호주를 '핵심 광물 지속 가능 연맹'과 같은 다자간 메커니즘으로 끌어들여 서로 제살깎아먹기식 가격 경쟁을 피하고 공동의 이익을 도모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순방의 마지막 종착지인 일본에서는 첨단 기술과 국방 협력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캐나다의 전통적인 우방국이자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핵심 경제 파트너다.  커니 총리는 일본과의 협력을 통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기술 혁신 분야에서의 공동 투자를 이끌어내려 한다. 이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무역을 넘어 가치 사슬을 공유하는 깊숙한 파트너십을 구축하려는 의도다.

 

 

 

 

 

중견국 외교의 한계와 실천적 과제

 

 커니 총리의 '중견국 단결' 전략은 서방 국가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지만, 현실적인 한계도 존재한다. 중견국이 국제 무대에서 실질적인 힘을 발휘하려면 거대 강대국 사이의 갈등이 완화되거나 중견국들 간의 이해관계가 완벽히 일치해야 하는데, 현재의 국제 정세는 그렇지 못하다. 각국의 자국 우선주의가 팽배한 상황에서 캐나다가 이들을 하나의 목표로 묶어세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니 총리의 광폭 행보는 캐나다 국익을 위해 필수적인 선택이다. 인적 자원 측면에서도 인도는 캐나다 최대의 이민자 공급원이며, 이미 캐나다 내에는 수십만 명의 인도계 임시 거주자와 영주권자가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인적 네트워크는 경제 협력의 강력한 토대가 된다.  커니 총리는 정치적, 보안적 이슈를 정책적 지렛대로 활용하며 경제적 이득을 극대화하는 노련한 외교를 펼치고 있다.

 

미래를 향한 캐나다의 선택과 우리의 시사점

 

캐나다의 아시아 태평양 중시 정책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역시 특정 강대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무역 파트너를 다변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카니 총리가 보여주는 에너지, 광물, 기술 기반의 전략적 외교는 자원 안보가 국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에 시사하는 점이 많다.

 

캐나다는 지금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변수에 집중하며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과의 연대를 통해 새로운 경제 지도를 그리려는  커니 총리의 실험이 성공할 수 있을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번 순방의 결과는 캐나다가 단순한 '이웃 국가'를 넘어 글로벌 무대의 '게임 체인저'로 거듭날 수 있을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