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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정치

미국, 이란 전쟁의 덫에 빠지다

미국이 스스로 판 함정에 빠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란과의 끝없는 전쟁은 이제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세계 질서의 전환점으로 여겨지고 있다. 도대체 미국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뉴델리의 전략 전문가이자 작가인 조라와르 다울렛 싱은 미국이 지난 2월 28일 방아쇠를 당기기 전, 세 가지 거대한 오판을 했다고 분석한다.

 

미국이 과신했던 세 가지 전략적 가정

 

첫째, 미국은 세계 권력 균형이 비록 일극 체제의 전성기는 지났을지언정 여전히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믿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발이 묶여 있고, 중국은 동아시아의 내부 문제와 지역 현안에 몰두해 있어 개입할 여력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베네수엘라 정권이 예상보다 쉽게 흔들리는 것을 보며 미국은 자신들의 전지전능함에 대한 확신을 가졌고, 고립된 이란을 숨 막히게 할 기회의 창이 활짝 열려 있다고 믿었다.

 

 

미국, 이란 전쟁의 덫에 빠지다

 

 

둘째, 미국은 강력한 전략 폭격만으로도 이란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보았다. 이는 적대 국가의 지도부와 지휘 통제 노드를 타격하여 무력화하는 전형적인 미국의 ‘참수 작전’ 교리에 기반한 것이었다. 전격적인 공습을 통해 적에게 충격을 주고 빠르게 항복을 받아낸다는 이른바 ‘충격과 공포’는 서구 전쟁 신화의 핵심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상전의 인명 피해를 꺼리는 국내 여론과 물류적 제약 때문에 미국은 이러한 공중 폭격 중심의 전략 문화에 깊이 매몰되어 왔다.

 

셋째, 미국은 자신들의 견고한 동맹 네트워크가 단기 결전에서 독보적인 우위를 제공할 것으로 추산했다. 서아시아 전역에 흩어져 있는 동맹국들의 기지를 활용해 자원과 장비를 신속히 재배치하고, 이란의 대응을 무력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이 세 가지 가정은 모두 빗나갔음이 드러났다.

 

이란의 회복력과 서구식 교리의 한계

 

미국의 계산과 달리 이란은 혼자가 아니었다. 2025년 6월에 있었던 12일간의 전쟁 이후, 이란은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군사적 대비 태세를 급격히 강화했다. 미국의 전략 폭격은 전술적인 성공을 거두었을지는 몰라도, 이란의 정치 체제나 핵심 기관, 그리고 국민들의 저항 의지를 꺾는 데는 완전히 실패했다.

 

오히려 미국의 동맹 네트워크는 이 전쟁에서 자산이 아닌 짐이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도 인정했듯이, 페르시아만과 서아시아 전역의 미국 기지들이 이란의 정밀 타격에 무기력하게 노출되자 미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공격의 교두보 역할을 해야 할 기지들이 오히려 이란의 보복 공격 목표가 된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란의 군사 교리다. 미국과 NATO는 원거리 투사력과 값비싼 네트워크 무기 체계에 의존하는 반면, 이란은 자국의 지정학적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응징을 통한 억제’ 전략을 선택했다. 이란은 수십 년간 공습에도 파괴되지 않는 지하 시설에 미사일과 드론을 비축해 왔다. 이 무기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복잡한 미사일 방어 체계를 뚫을 수 있을 만큼 정교해졌으며, 2025년 전쟁에서 이미 그 효용성을 증명한 바 있다.

 

늪에 빠진 미국과 불투명한 종전의 미래

 

강도 높은 폭격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전략적 목표는 달성되지 않았다. 전쟁 초기 백악관과 펜타곤이 내세웠던 최후통첩과 최대 목표들은 전쟁 3주 차에 접어든 지금 민망할 정도로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미국은 이제 전쟁의 성과를 논하기보다 그 여파를 감당하는 데 급급한 처지다.

 

미국 내부에서는 전쟁 반대 여론이 비등하고 있으며, 세계 경제의 불안정성과 에너지 시장의 충격은 전 지구적인 재앙이 되고 있다. 서아시아 전방 기지들이 노출되면서 장기전을 수행하기 위한 보급망 유지도 한계에 다다랐다. 이란 외무장관이 확인했듯이 미국이 여러 차례 휴전을 타진했다는 소식은 현재 미국의 절박함을 대변한다.

 

하지만 전쟁을 끝내는 길은 험난하다. 현재 미국 내부의 정치는 트럼프 행정부와 안보 기득권 세력이 이른바 ‘제5열(내부의 적)’이라 불리는 세력의 영향력 아래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합리적인 국가적 계산보다는 서아시아에서의 ‘영원한 전쟁’을 선호하는 지정학적 아이디어에 정책이 볼모로 잡혀 있는 셈이다.

 

결국 이 전쟁의 끝을 결정하는 것은 전장의 승패가 아니라 미국의 복잡한 국내 정치 역학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란과의 전쟁은 미국에게 있어 승리 없는 소모전이자, 세계 패권의 쇠퇴를 상징하는 뼈아픈 기록으로 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