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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경제

[분석] 중동 전쟁이 불러온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유럽 경제의 '복합 위기'

 

유럽 대륙이 또다시 거대한 경제적 폭풍전야에 섰다.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와 고물가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중동에서 터진 군사적 충돌이 유럽 경제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경제 수장인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집행위원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중동 전쟁으로 인해 유럽 경제가 '저성장'과 '고물가'가 결합된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쇼크에 직면해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이는 단순히 일부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EU 전체의 경제 성장을 가로막고 시민들의 삶을 팍팍하게 만드는 복합 위기다.

 

특히 이번 쇼크는 과거의 위기들과는 달리 그 피해가 불평등하게 확산될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본 글에서는 중동 전쟁이 불러온 스태그플레이션 쇼크의 현황과 그것이 유럽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괴적인 영향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중동 전쟁이 불러온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유럽 경제의 '복합 위기

 

 

 

 

 

스태그플레이션 공포의 현실화: 저성장과 고물가의 이중고

 

돔브로브스키스 집행위원의 경고는 단순히 추상적인 우려가 아니다. EU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최신 경제 전망 수정치에 따르면, 중동 전쟁이 단기에 그치더라도 올해 EU의 경제 성장률은 기존 전망보다 0.4%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그 피해는 더욱 커져 2026년과 2027년 성장률이 각각 0.6%포인트씩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유럽 경제가 사실상 성장을 멈추거나 심지어 침체에 빠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 물가는 더욱 가파르게 치솟을 전망이다. 전쟁이 단기에 끝나더라도 올해 EU의 물가 상승률은 기존 전망보다 1%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보이며,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그 상승 폭은 1.5%포인트에 달할 수 있다는 경고마저 나오고 있다.

 

이는 유럽 시민들의 가처분 소득을 줄이고 소비를 위축시켜 경제 전반에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다. 저성장과 고물가라는 이중고, 즉 스태그플레이션 쇼크는 이제 유럽 경제가 직면한 가장 현실적이고 시급한 위협이다.

 

에너지 쇼크와 불확실성: 유럽 경제를 짓누르는 '복합 위기'

 

이번 스태그플레이션 쇼크의 핵심 배경에는 중동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쇼크가 자리 잡고 있다. 중동은 전 세계 원유와 천연가스 공급의 핵심 요충지다. 전쟁으로 인해 이 지역의 에너지 생산과 수송에 차질이 생기면 국제 유가와 가스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게 된다.

 

실제로 돔브로브스키스 집행위원은 이미 지난 3월 EU 재무장관 회의에서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가스 가격이 고공행진을 거듭할 경우, 올해 EU의 물가 상승률이 3%를 넘어설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에너지 쇼크는 단순히 난방비나 주유비 상승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물류, 운송, 그리고 농업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도미노 효과를 일으킨다.

 

예를 들어, 트랙터나 농기계를 가동하는 데 필요한 디젤 가격이 상승하면 농작물 생산 비용이 직접적으로 올라가게 된다. 또한, 원료를 이동시키는 데 필요한 운송 비용도 함께 증가한다. 이처럼 에너지 쇼크는 공급망 전반에 걸쳐 비용 상승을 압박하고, 이는 다시 인플레이션을 재점화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정부 재정 부담 가중과 경제 전망 하향 조정: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유럽 경제

 

스태그플레이션 쇼크는 유럽 각국 정부의 재정에도 심각한 부담을 주고 있다. 경제 성장 둔화는 세수 감소로 이어지는 반면, 에너지 위기와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 지출은 오히려 늘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유럽 국가 정부는 다가오는 겨울을 대비해 에너지 비축량을 늘리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며, 기업과 가계를 지원하기 위한 추가적인 지원 패키지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이미 과거의 위기들로 인해 재정 여력이 거의 고갈된 상태에서 이러한 추가 지출은 재정 적자를 더욱 악화시키고, 국가 신용 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 정부는 이미 중동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반영하여 올해 경제 성장 전망을 잇달아 하향 조정하고 있다. 독일 정부 관료들은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올해 독일 경제 성장률이 기존 전망치인 1%에서 0.5%로 반토막 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탈리아 정부 역시 오는 4월 발표할 경제 전망에서 2026년 성장률을 기존 0.7%에서 0.5%로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유럽 경제 전반에 걸쳐 성장 엔진이 급격히 식어가고 있다.

 

미래의 위기: 다가오는 에너지 위기와 연대 붕괴

 

유럽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 쇼크뿐만 아니라, 다가오는 겨울의 에너지 위기라는 또 다른 재앙에 직면해 있다. 국제 에너지 기구(IEA)의 파티 비롤 사무총장 역시 EU 재무장관들과의 회의에 참석하여 유럽의 에너지 쇼크 상황을 심층 분석했다.

 

그는 유럽 국가들이 다가오는 겨울을 대비해 에너지 비축량을 늘리는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 부담과 공급 부족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이번 쇼크는 과거의 위기들과는 달리 그 피해가 불평등하게 확산될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에너지와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저소득 국가들과 취약한 경제 체제는 이번 쇼크에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크게 노출될 것이다. 이는 유럽 사회 내에서 빈곤과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국가 간의 갈등을 유발하여 유럽 연대 붕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전례 없는 규모의 스태그플레이션 쇼크와 에너지 위기, 그리고 연대 붕괴라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유럽 국가 간의 긴밀한 공조와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